정치적, 종교적, 성적 편견과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오늘은 종교적 편향 없이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날로 정하자. 다른 종교의 이해까지를 바라지는 않지만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단계는 넘어 서는 것이 좋겠다.
초파일이 되면 사찰의 맞은 편에 위치한 성당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그 사찰에서는 성탄절에 “성탄절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으로 답사를 하는 등 타 종교가 등을 돌리기 보다 인정하는 미담이 자주 들려온다.
사찰을 방문하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수 많은 불상들에 이름이 있고 어떤 예절을 지켜야 하는 지 누구에게 소원을 빌어야 하는 지도 낯설다. 가장 먼저 떠 오르는 낯섦은 사찰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대천왕이다. 거대한 조각과 험상궂은 인상으로 발에 작은 神을 깔고 있는 모습은 “아, 다른 세상에 들어 서는 구나.”같은 경건함과 이해하지 못할 무서움도 함께 한다. 사찰의 수 많은 전각 중 어디부터 방문해야 하는걸 까? 누구에게 먼저 예를 표해야 하는걸 까?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부처는 누구고 보살은 또 누구인가? 사찰의 벽에 그려져 있는 탱화는 무엇을 상징하고 어떤 메시지를 설파하고 있는 것인가? 사찰에서 들려 오는 풍경 소리는 어떤가? 풍경소리는 왜 울리는 것일까?
이 모든 궁금증을 한꺼번에 풀어 낼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일요일 오전 10시 경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봉은사를 방문하면 자원봉사자가 대기하고 있다. 약 한 시간 일정으로 사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의 예법과 위에 언급된 궁금증을 중심으로 설명을 시작한다. 신기함과 재미가 함께 한다. 중간에 식당에 들러 공짜 절 밥을 먹고 마지막에 주지스님과의 차 한 잔을 하는 시간으로 마무리 된다. 마지막 차 한잔이 부담스럽다면 슬쩍 도망을 쳐도 그만이다.
성당은 개신교의 교회와 무엇이 다를까? 친구의 결혼식이 성당에서 치러줘서 성당을 처음 방문한 분들이 많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성당에서 예식이 열리면 밥부터 먹고 오면 된다.”라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도 여전히 결혼미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 예법이 지루하고 불편할 수 밖에. 일요일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미사에 참석해 봄도 좋겠다. 입당성가로 시작하여 퇴장성가를 부르는 순간까지 약 한 시간이 걸리지만, 중간에 일어서고 앉고를 반복하다 보면 정신이 없다. 게다가 말로 하는 기도와 노래로 하는 기도가 혼합되어 있어 경건함은 있으나 사찰을 방문했을 때 만큼이나 정신이 없다.
사찰이나 성당이나 마음 편하게 다녀 올 수 있다. 이 두 곳이 편한 이유는 어느 누구도 “성당에 혹은 사찰에 처음 오셨어요?”라고 관심을 표하는 경우가 드물다. 슬쩍 가서 미사를 드리고 슬쩍 빠져 나와도 될 만큼 부담이 없다. 가톨릭을 소개하는 시간 등이 따로 없는 것은 아쉽다. 대표적인 명동성당을 방문해도 좋고, 강남지역이라면 역삼동성당 강북지역이라면 혜화동성당을 추천한다.
좀 내공이 붙었다라고 생각하면 이제 성공회에도 도전해 보자. 가톨릭 방식의 예식을 지키면서 동시에 개신교 방식의 성서 중심인 성공회는 개신교의 장점과 가톨릭의 장점 모두를 지니고 있다. 성공회 예배에 처음 참석하는 분들을 위한 안내를 매 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진행한다. 서울시 중구 정동에 위치한 성공회 주교좌성당에 성당 안내를 방문 예약하면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성당투어가 가능하다.
아직 종교가 없는 독자라면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함도 좋겠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를 방문하는 것이다. 슬쩍 가서 아무데나 앉아도 좋다. 처음 방문한 신자처럼 어설프게 행동할 필요없이 언제나 오는 장소인 것처럼 목에 힘을 주고 자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님의 기도와 사도신경을 외울 때 한 구절 한 구절이 무엇을 담고 있는 지 되새겨 보는 것이다.
그리스정교나 이태원에 위치한 이슬람사원이나 원불교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도전해 보자. 종교의 화합처럼 거창한 주제로 경험하기 보다, 다른 무엇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머리를 망치고 한 대 치는 듯한 충격이 크면 클수록 그 안에 새로운 사상을 더 많이 채우게 되고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