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는 자신이 졸업한 학교를 의미한다. 한자로는 母校라고 표기한다. 내가 공부하고 졸업한 학교는 엄마의 품과 같은 넉넉함과 추억이 깃든 곳이다. 고등학교라면 3년동안 대학이라면 군대생활 및 최근 유행하는 어학연수 혹은 재충전을 위한 휴학 기간을 포함하여 길게는 10년에 해당하기도 한다. 참으로 긴 세월이다.
그러한 이유로 졸업한 모교를 잊지 못한다. 항상 그 학교의 졸업생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모교의 소식이 뉴스에 나오면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 가슴 깊이 낙인된 모교의 추억을 더듬기 위해 모교를 방문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기껏해야 졸업 증명서 발급 등이 그 이유였으나 그나마 요즈음은 인터넷 발급이 가능하여 더욱이 모교를 방문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처럼 평생 지고 가야 할 추억이라면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모교 방문을 도전해 보자. 모교 방문을 하지 않는 이유는 내 생각에 의외로 단순하다. 모교 보다 더한 추억이 깃든 군대 생활. 군대는 먹고 자고 놀고 근무하는 하루 종일 함께 하는 공간이다. 군대를 제대하면서 흔히 하는 말. 내가 소속한 부대위치를 향해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라는 말이다. 그만큼 친근함과 지긋지긋함이 함께 녹아있는 추억이 군대생활이다. 모교도 마찬가지이다. 추억으로 따지면 한 보따리가 담겨있으나 그만큼 힘들었던 기억도 내재되어 있는 곳이 모교이다. 하기 싫었던 공부, 나를 못 살게 굴었던 동기들이나 선배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못나 보이는 내 행동들. 이러저러한 이유가 즐거움 만큼이나 추억 속에 깃들어 있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반,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마음이 반이다.
그러나 엄마의 품이라는 母校의 뜻을 기억해 보자. 즐거운 추억만을 생각하면서 모교를 방문해 보자. 멋지게 차려 입고 가족과 함께 산책 삼아 가 보는 것도 좋다. 혹 좋은 학교를 졸업했거든 아이들과 함께 그 추억을 방문해 보아도 좋다. 그렇지 않더라도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이 녹아 있는 이 공간의 추억을 되씹기 위해서 방문해 보아도 좋다.
정문에 들어서기까지의 여정이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정문 앞에 평소 자주 방문하던 분식집은 여전히 장사가 잘 되는지. 어라? 분식집 옆에 있던 만화가게가 사라졌다. 그 옆 당구장도…
학생회관을 방문하여 그 날의 메뉴를 주문해 보자. 학생회관의 점심은 배고픈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싸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자장면이 300원 볶음밥이 500원이었다. 지금의 가격이 면 9,000원 밥 12,000원 인 것을 보니 당시 물가 대비 딱 30배가 올랐다. 생각해 보니 당시의 내 한 학기 납부금이 약 60만원 전후였다. 한 달 하숙비는 약 20만원.
학교 군데 군데 위치해 있는 동상들은 누구인가? 학교 재학 중에는 그런 동상이 있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다시 살펴보니 학교의 설립과 발전에 영향력이 큰 위인 또는 선배들이다.
도서관도 방문해 보자. 도서관 열람실에 아침 일찍 자리를 잡고 책을 펼쳐 놓은 후, 저녁 늦게 그 자리로 가 결국 펼쳐 놓은 책을 다시 접어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들. 왜 그리 아침 일찍 서둘러 도서관의 자리를 잡았고 하루 종일 무엇을 하다 책만을 챙겨 다시 집으로 간 것일까? 앉을 자리가 없어 이 자리 저 자리를 전전하는 소위 도서관 메뚜기를 만들어 낸 원인제공자가 곧 우리이다.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을 방문해 보자. 대부분이 내 전공수업과 관련한 건물이다. 인문관을 방문하여 교수실 복도를 쭉 걸어보자. 아는 이름이 여전히 방문 앞에 걸려 있다면 아직 학교에 재직중인 당시로서는 젊은 교수님이다. 당시 존경을 보냈던 교수님들의 성함이 보이지 않는 다면 이미 은퇴하신 것이다. 낯익은 이름 하나를 발견했는데 방에 불이 들어와 있거든 숨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과.감.하.게. 노크를 하는 것이다. 날 기억해도 좋고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저 인사만 하고 나오면 그만인걸 뭘.
잔디가 가득한 잔디밭. 당시에는 대부분의 시간이 최루가수로 덮여 있어 쉬는 공간이 되지 못했던 광장. 지금은 민자 유치 때문에 빵집, 식당. 편의점 등이 가득한 공간.
긍정적인 변화이거나 부정적인 변화이거나 그 변화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과거를 돌아보고 머리 깊숙이 감추어 버린 우리의 옛 기억을 보듬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는 학창 시절 당시의 작은 선택이 모이고 모인 결과이다. 그 모든 것을 따뜻이 품어 낼 때 우리의 미래 역시 다시 뚜렷한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