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영상으로 영화는 우리 시선을 사로 잡는다. 액션, 스릴러, 공포, SF, 애니메이션 등 우리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 영화들을 보고 난 후 마음과 머리 속에 무엇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잘 알 수 없다. 실컷 웃고 스릴을 만끽하는 것도 신나기는 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함께 나누고 수다 떨 수 있는 친구가 있을 때 더욱 즐겁다.
그렇다면 혼자 마음을 가다듬고 최대한 편안한 상태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아 보자.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가 바로 그 해답이다. 흔히 ‘인디 영화(Independent film)’라고 부르는 장르가 일반적으로 독립영화를 의미한다. 독립영화는 상업자본에 의존하여 이윤확보를 목표로 하는 상업영화와 달리 창작자의 의도가 우선시되어 제작된 영화를 가리킨다. 또한 예술영화란 일반적으로 할리우드의 대중 오락영화와 비교되는 특정한 스타일과 실제 혹은 허구의 사건을 설명하는 내러티브를 지닌 유럽영화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이러다 보니 두 장르는 저 예산으로 만들어지고, 주제의식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가끔 시시껄렁한 대화나 주고 받는 것에 지치고 머리를 쓰며 심오하고 철학적인 사고를 해보고 싶다. 그런데 막상 방 안에 앉았지만 손에 책이 들리지 않는 그런 날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라. 책을 읽는 대신, 누군가 책을 대신 읽어주는 것처럼 주제의식이 강한 이야기를 들으러 가보는 것이다. 보고 들으면서 감독이 제시하는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을 해본다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사고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
온라인에서 오히려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지만, 오늘은 몸을 움직여 직접 나서보자. 답답하게 컴퓨터 모니터로 보느니, 커다란 극장 화면이 그래도 좋지 않은가? 때마침 서울독립영화제 개최된 기간이라면 더욱 찬스이다. 이 때에는 일반 상업 극장에서도 독립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을 상영하니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서기만 하면 된다. 영화는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상영이 되므로,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쏟을 필요도 없다. 2010년 36회 서울독립영화제는 12월에 아흐레에 걸쳐 진행이 되었고, 상영은 상암CGV에서 이루어졌다. 이제 올해 개최될 영화제에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찾아보자. 장편, 단편으로 출품을 하되 다큐멘터리나 실험영화 등 장르의 제약이 없다. 게다가 국내 영화뿐만 아니라 해외 독립영화까지도 초청 상영을 하니 나라마다 다른 느낌까지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화에 투표까지 해서 그 영화가 관객상까지 받게 되면 평가위원이 된 듯한 쾌감도 느낄 수 있다.
독립영화보다는 예술영화 쪽에 오프라인에서 조금 더 쉽게 접하기는 좋다. 서울의 중심부, 광화문에 있는 씨네큐브는 예술영화 전용관이다. 정동길을 산책하거나, 광화문광장을 오가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 물리적인 접근도 용이하다. 이름을 잘 모르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현빈 같은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도 볼 수 있으니 호기심을 가지고 상영영화를 둘러보자. 단,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상업영화와 같이 하루에 여러 회를 상영하지 않고 한번 또는 두세 번 정도가 고작이니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방문해야 한다. 오늘은 유난히 프랑스의 실뱅 쇼메 감독의 작품인 수채화 같은 “일루셔니스트(L’illusionniste)”이 끌리는 날이다. 최근에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을 많이 본 탓인지, 프랑스 영화도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에서 조금 떨어져서 현실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즐겨 보자. 저마다 다른 색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신선한 사고방식을 쉽게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무작정 보게 된 프랑스 영화 때문에 갑자기 일상을 뒤로 하고 낭만의 도시 파리로 날아가는 용기가 내게 생기지는 않을까?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남자 주인공처럼 너무 사랑하지만, 자기를 떠나고 싶어하는 여인에게 기꺼이 떠나라고 말하는 그 남자의 마음이 이해돼서 비 오는 날 밤 뜨거운 커피 한잔 앞에 두고 펑펑 울게 되지는 않을까? 진지하고 철학적이며 낭만적인 여행을 떠나보자. 감수성이 충전될 내 모습이 그려져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