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혼자 노는 101가지 방법 중 이 아이디어가 최고이다. 사실 나 만의 비기 중 하나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아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하기이다. “멍~ 때리고 있어”라고 자주 표현하던데.
제대로 멍~ 때리는 연습을 해 보자. 미래를 위해서 혹은 복잡한 상황을 풀어 나갈 혜안을 얻기 위해서 가장 좋은 대안이기도 하다.
제대로 멍~ 때리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내 경우에 바쁜 일 주일의 일정 가운데 하루를 텅 비우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일정표가 파란 색의 일정으로 가득하여 빈 공간이 없을 지경인데, 일주일 중의 평일 하루가 텅 하니 비어 있는 것. 이 날은 제대로 멍~ 때리기 위하여 사전에 준비된 하루이다. 하루를 텅 비우기 어렵다면 반 나절도 좋다. 하루의 반 정도를 비워 놓는 여유.
임원급이 아니라면 이처럼 하루 혹은 반나절을 비우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때는 일주일의 하루를 선택하여 그 날의 점심시간을 비우는 방법도 있다. 모두 점심 식사를 위해 사무실을 비운 이 때. 그 공간과 그 시간은 제대로 멍~ 때릴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다.
반나절의 일정을 비웠다면, 아니 한 시간 정도의 시간만을 비워 두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멍 때릴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보자. 사무실 근처의 조용한 커피숍. 가능하면 방문하는 고객이 없는 곳일 수록 좋다. 스타벅스는 너무 분주하고 시끄럽다. 최근에는 커피 빈이 마음에 든다. 조용한 음악, 방해 받지 않는 공간. 작은 노트와 필기구. 이것으로 충분하다.
빌 게이츠는 일 년에 두 번. 자신만의 별장에 틀어박혀 홀로 생각하는 (이 분께는 멍때리는 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말자.) Think Week 주간을 보낸다고 한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식사도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때우고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전 세계 직원들이 보낸 보고서를 읽으며 지낸다.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어 낸 중요한 결정들 중 많은 부분이 이 시간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바쁜 일상에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생각하는 시간’을 그는 이렇게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도 이런 구조화된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과 장소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면 이제 제대로 멍~ 때리는 연습을 해 보자. 모든 것을 내려 놓는 것이다. 내 잠재의식 깊숙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잠겨 있다. 이 해결책을 끄집어 내는 것이다.
무엇인가 답을 찾겠다는 노력을 하지 마라. 그저 모든 것을 내려 놓으라. 감정을 내려 놓는 연습이다. 복잡한 상황은 복잡한 감정과 뒤 섞여 있어 문제를 꽈배기처럼 비비 꼬아 놓았다. 사실과 감정을 분리하는 과정이다. 그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마치 남의 문제인 것처럼 내 문제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이제 복잡한 문제에서 감정을 제외한 단순한 사실만을 남겨 놓는다. 이 단순한 사실의 해법을 찾아 보라. 아니다. 굳이 찾으려고 하지 마라. 감정을 제외한 그 사실을 옆에서 관찰해 보라. 해법을 찾으려는 순간 다시 복잡한 감정이 묻어 나와 사실을 관조하기 어렵게 만든다. 내 문제가 아닌 듯 문제를 내려다 볼 때 갑자기 나타난 생각들. 이 생각들이 해법이다.
이 방법은 제대로 멍~ 때릴 때 가능하다. 충분히 내려 놓을 때 답을 찾을 수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해 보는 것. 적극적으로 복잡한 생각을 버리려고 하는 것. 그래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서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우리는 너무 할 일이 많고 너무 바쁜 사람들이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 지 무엇이 해결해야 할 본질인지 알 지 못한다.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문제가 아니라 현상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생각보다 내려 놓는 훈련이 쉽지 않다. 조금씩 연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