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Code

풀러짐의미학

 

빡빡한 스케줄로 꽉 찬 일상을 보내다 보면, 가끔 완벽하게 Free한 휴일이 꿀보다 더 달 때가 있다. 마침 집안에 가족들도 없는 날이라면 마음껏 풀어져 보자. 왼쪽 다리에 꽉 뭉친 긴장 100%, 오른 다리에 달라붙어 있는 눈치보기 100%, 어깨를 짓누르는 해야 할 일의 압박감 100%, 목을 타고 머리까지 올라온 스트레스 100% 모두 훌훌 털어내고 밀림 속 원시인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있는 거다.

 

항상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정돈된 자세로 있다가 아랫배에 긴장을 푸는 순간 그 작은 변화에 세상에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을 만큼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다리를 꼬든 펴든, 소파에 앉든 눕든, 사과를 깎아 먹든 껍질째 먹든, 텔레비전의 볼륨을 키우든 낮추든, 보다가 잠을 자든 말든 그냥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혹시 우연히 음악방송을 보게 된다면 자유로움의 수치를 더욱 높여보라. 노래방에서 노래를 할 땐 같이 간 사람들과 분위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회식 자리라면 더욱 방긋거리며 재롱도 떨어야 하고, 120% 구성지고 맛깔스럽게 트로트도 소화해야 하고, 상사의 노래에 호응도 해야 한다. 친구들과 가도 특별히 다를 건 없다. 왠지 강함 임팩트가 느껴지는 노래를 해야 할 것 같고, 완전 분위기 있는 노래부터 최신 아이돌 노래까지 거뜬히 해내야 할 것 같다. 즐겁자고 부르는 노래가 뭐 이리 힘든지. 그러나 풀어짐의 미학을 충분히 느껴보고 싶은 날이라면 그냥 자기 스타일 껏 불러보라. 방송을 좇아 턱을 괴고 흥얼거리듯 따라 하는 것도 좋고, 신문을 돌돌 말아 마이크 삼아 자리에서 일어나 열창을 하는 것도 괜찮다.

 

더 신나는 것 하나는 미친 듯이 막춤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몸치라도 좋고, 무도회장을 내 집 드나들 듯 하는 사람도 좋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에서 팔, 다리, 허리, 엉덩이가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 물론 영화 ‘중경삼림’ 속 장국영처럼 속옷 차림에 엉덩이만 살짝 흔들며 섹시하게 맘보를 출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 속 장면일 뿐 장국영도 집에서 속옷차림으로 있으면 영락없는 아저씨였을 거라 위안 삼으며 우리는 그저 리듬을 즐겨 보자.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미친 척 춤을’ 춰보겠는가?

 

나를 포함한 한국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타인의 시선을 상당히 많이 의식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덕분에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세련되게 옷을 잘 입는 것도 같고, 디자인에 아주 민감해서 자동차나 휴대폰을 빠른 주기로 바꾸기도 한다. 요새는 건강 챙기기에 열풍이 불면서 등산, 낚시, 수상스포츠, 자전거타기 등 많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데, 이때 필요한 옷과 장비들도 실용성보다 눈에 드러나 보이는 부분과 브랜드에 지나치게 많이 신경을 쓰는 주객전도의 현상도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이상, 적당한 수준으로 타인의 시야를 생각해줘야 하겠지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민소매 옷을 잘 입지도 않다가 외국 여행만 가면 무조건 벗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남의 생각과 말에 귀가 얇아 자신의 주관대로 살지 못하며 스트레스만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우리의 인생을 사는데 이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우선 집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타인의 시선이란 레이저 광선을 무시할 수 있는 연습을 해보자. 혼자서도 해보지 못하면 다른 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더욱 어렵다. 준비물부터 준비하라. 가벼운 티셔츠, 시원한 반바지, 맛있게 그리고 우적우적 씹어 먹을 수 있는 신선한 과일 그리고 그 다음은 독자들 마음대로. 그럼 이제 신나게 풀어져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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