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Code

바쁜 당신을 위한 서점 게릴라 가이드 – 틈새 독서법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 친구를 기다릴 때, 점심을 먹고 춥지만 산책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피곤에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가야 하지만 그냥 집으로 가기에는 섭섭할 때 무조건 서점에 들려보라. 곳곳에 작은 서점은 거의 사라져서 찾기 어렵지만, 다행스럽게도 대형서점이 곳곳에 지점을 많이 내고 있다. 기습적으로 하는 일들이 대부분 피곤함을 동반할 경우가 많지만, 서점을 습격하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머릿속이 꽉 채워지는 느낌이어서 참 좋다. 그나마도 매장 안을 순회할 힘이 없다면 마음에 드는 코너 쪽에 가서 무턱대고 바닥에 털썩 주저 않는 방법도 괜찮다. 다른 곳에서 그러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으로 보이기 쉽지만, 이 곳에서 만큼은 낭만적인 책벌레로 보이기 딱 좋기 때문이다.

 

물론 보고 싶은 책이 있어서 미리 메모해뒀다가 책을 구매하고 읽는 경우도 많지만, 게릴라식 서점 습격을 습관적으로 하게 된 이후부터는 제한을 두지 않고 무작정 발걸음 닫는 대로 와서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첫 번째 방문에는 독자들이 좋아하는 분야의 코너를 제일 먼저 찾아가 보라. 그래야 게릴라식 서점 습격의 재미를 지속적으로 느끼기에 좋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먼저 찾는 코너는 경제경영 서적. 내 일이 회계라서 이기 보다는 이 분야의 책이 내 눈을 사로잡고 자극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특히 존경 받는 CEO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언젠가 꼭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고 그들이 닮고 싶은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되새기게 된다. 막연하게 Entrepreneurship에 대한 공부를 해보고 싶었는데, 안철수 교수의 책을 보며 그 바램을 구체화시키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론서나 수험서 위주로 나오는 회계서적들을 보며 회계라는 보수적인 분야에 창의적 힘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한번 그런 분야를 찾고 개척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손은 계속 휴대폰의 메모 기능을 열고 마음에 드는 책 이름을 열심히 적어 내려간다. 한꺼번에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야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짧은 시간에 휙 봤으니 다 둘러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음 기습 방문을 고려해서 오늘 일정은 이 정도로 마무리 한다.

 

내일이 되고 점심시간에 짬이 나면 휴대폰 하나 달랑 들고서 또 찾아 간다. 이번에는 들어가자마자 베스트셀러 코너가 눈에 확 띈다. 요즘에 사람들은 어떤 책을 많이 볼까, 어제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봤으니 이번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겠지 하며 그 앞으로 가보라. 요즘엔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책들도 실용서적 위주인 경우가 많다. 자기계발, 건강, 어학, 사회 트렌드를 보여주는 책 등. 그렇지만 그 가운데 인문서적으로 일부러 눈을 돌려본다. 기초가 탄탄하고, 감성이 풍부하며, 생각의 깊이를 더하기에는 인문학 서적이 단연 최고이다. 원래 인문학도인 내가 언제부터 문학 작품에 대한 관심이 끊어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부러 소설이나 시도 한편씩 훑어 보고 마음이 끌리는 에세이도 읽어 본다. 이런 작업을 의식적으로 계속하다 보면 어느 날은 눈이 가고 손이 가는 책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도 가차없이 휴대폰 메모에 저장한다. 점심시간은 사무실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데드라인이 있으니 퇴근 후에 잠시 들릴 생각으로 문을 나서도 좋다. 이런 날은 하루에 두 번 게릴라 방문이 있을 날이 된다.

 

어떤 날은 평소에 전혀 관심없던 분야에도 한번 가보라. 예를 들어 과학, 만화, 어린이, 미술 등 처럼. 생뚱맞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이 은근히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때가 있다. 얼마 전에는 과학 코너에 가서 제목을 둘러 보다가 아인슈타인에 관한 책을 봤다. 누구나 아는 천재이지만 사실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주 두꺼운 책이 살짝 부담스럽게도 느껴졌지만, 이 사람이 어떤 천재인지 어떻게 산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결국 두께의 스트레스에 눌려 구매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아는 것이 얼마나 미미한지 세상에 얼마나 많은 대가와 지식이 있는지 새삼 느끼며 책읽기에 대한 열의에 다시 한번 불을 지폈다.

 

정보가 많다 못해 흘러 넘치는 시대에 읽고 싶은 책, 유익한 책을 선택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목차만 보면 그럴 듯 해 보여도 막상 속을 들여다 보면 다른 방향으로 쓰이는 책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들어봐서 느껴지는 종이의 촉감, 기분 좋게 뿜어져 나오는 책 냄새를 감각적으로 느끼고 서문을 대충 훑어 보며 저자의 문체에도 살짝 익숙해지면 책을 지속적으로 읽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리고 바쁜 가운데 일부러 시간을 내서 서점에 들리기가 매우 어렵다. 이렇게 틈틈이 메모하고, 바로 인터넷서점으로 주문하고, 가끔 한시라도 빨리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는 한 권 사서 이동하는 전철 안에서 읽으면 꾸준히 책을 보는 습관을 갖게 된다. 게다가 매일 두 세 권씩 휴대폰 메모 안에 보고 싶은 책이 늘면 자극도 되기 때문에 난 이 방법을 아주 좋아한다.

 

짧은 자투리 시간이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금싸라기 같은 시간이 될 수도, 있으나마나 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몸에는 긴장을 풀되 머리와 가슴 속엔 지성에 대한 강한 열정을 키우면서 매번 게릴라식 서점 습격을 감행해 보라. 훈련이 계속 될수록 자신만의 전술도 생기고 승률도 높아지는 습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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