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Code

상상노트의 힘 – 창의력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

 

[총각네 야채가게]의 저자로 유명한 김영한 대표를 만나 점심 식사를 함께 하던 아주 오래 전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당시 베스트셀러이던 [총각네 야채가게]의 아이템을 어찌 발굴할 수 있었는 지 그 노하우가 궁금하던 참이었다. 조심스럽게 질문을 드렸더니 가방 속에서 두툼한 노트 한 권을 꺼내신다. 슬쩍 페이지를 구경하니 각 페이지에 그림과 기호와 낙서가 가득하다. 상상노트라고 부르시는 공책이다.

 

김영한 대표는 “하루라도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내가 멈추어 선 것이 아닌 지 생각해 보라”는 말로 상상노트의 유용성을 설명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주저 없이 이 노트를 꺼내 지금의 생각을 적어 놓는다. 멋지게 정자로 적을 필요도 없고 마치 시간이 지나면 아이디어가 휘발되기라도 하듯 대부분 급하게 갈겨 써 놓는다.

 

혹은 그와 반대로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 오르지 않을 때도 상상노트를 꺼낸다. 노트를 꺼내 하나의 과제를 적고 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 없이 많은 대안들을 적어 놓는다. 내 경우에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상상노트를 꺼내고 과제를 미분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과제를 미분하는 것은 대안을 찾아내거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가거나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분하는 방법으로는 MECE의 법칙과 넘버 3의 법칙, 넘버 2의 법칙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과제를 미분한다. 컨설턴트이거나 기획자의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 기법을 배우게 되는데 이 때 배우는 미분하는 공식인 셈이다. MECE의 법칙은 문제를 쪼갤 때 서로 겹치는 것도 빠지는 것도 없이 쪼개야 한다는 법칙이다. 에를 들어 사람을 쪼개어 남자/여자로 대별했다면 “MECE하다”라고 말한다. 넘버 3의 법칙은 쪼갤 때 가능하면 세 개로 쪼개라는 것이며, 넘버 2의 법칙은 세 개로 쪼개지지 않을 경우에는 그 다음의 수순이 두 개로 쪼개라는 법칙이다. 즉 로직트리를 활용하여 상상노트에 그 해법을 찾아 보는 과정이다.

 

한편 사물을 삐딱하게 보고 견주어 보고 비교해 보고 뒤집어 보는 등 창조적인 생각이 필요한 경우에도 상상노트를 활용한다. 펜슬링(penciling)이라고도 하는데 연필로 이 생각 저 생각 혹은 이 그림 저 그림을 자유롭게 스케치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적어도 좋고 실현 불가능한 생각을 적어도 좋다. 상상노트라는 것이 원래 그런 용도니까. 그리고 그것을 뒤집고 비교하고 견주는 등의 활동으로 처음에 예상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내는 것이다.

 

이 노트는 항상 만화가와 같은 발상을 해서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대안이다. 상상하고 엉뚱한 일들을 기록하자. 예를 들어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그림으로 그려도 좋고,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적어 놓아도 좋다.

 

상상노트라는 단어가 거창하다면 낙서장이라 표현해도 좋다. 조금 고급스러운 낙서장. 이 낙서장이 결국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는 기초가 되고 명 연설의 기초가 된다. 한국의 피터 드러거가 되고 싶다는 공병호 박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강의를 위해 기차로 이동하는 도중 A4 용지를 꺼내 이 생각 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두어 시간의 강의 분량이 되기도 하고 명저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용도에 따른 여러 버전의 상상노트가 있다. 노트북에 작성하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의 경우는 A4 이면지에 작성한다. 이면지에서 펜슬링을 통해 얻은 결과는 스마트폰의 할 일로 저장이 된다.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니다. 하지만 별거 아닌 이러한 과정을 충실하게 따르는 사람은 결과론적으로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별거 아닌 작은 행동의 변화가 습관이 되고 성과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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