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입장에서 미장원에서 머리를 다듬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상의 탈출이다. 머리 자르러 가는 일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살짝 들여다 보자.
이용실이 아닌 미장원을 방문하는 이유는 남자의 입장에서는 뭔가 다른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는 점이다. 무뚝뚝한 아저씨의 손길에 머리카락을 맡기기보다는 이왕이면 부드러운 대화와 커피가 제공되는 공간이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기에 그만이다. 단골 미장원은 거의 없는 편이다. 단골 미장원이 있어도 담당하는 헤어 디자이너가 있지는 않다. 있는 경우에도 절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 때 그 분요!”라고 애매모호하게 대답하거나 그저 안내하는 대로 자리에 앉는다.
미장원을 방문하는 이유는 내게 잘 맞는 스타일을 찾아달라는 무언의 요구이다. 여자들처럼 자세하게 설명할 재간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최종적인 결과가 멋지게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예를 들어 부산을 떨어 만들어진 최종의 모습이, 딱 군입대를 앞 둔 모습이거나 또는 정확하게 8 대 2 가르마를 유지하는 아저씨 스타일이라면 원망의 레이저 눈총을 날릴 수 밖에 없다.
상상력의 부족이다. 아니 명확하게 요청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다. 하지만 어찌 말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저 “멋지게, 남다르게, 폼나게, 많이 자르지 말고,” 정도 외에는 표현 할 단어를 알 지 못한다는 것.
부가적인 정보를 얻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헤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법. 왁스를 사용하는 법. 샴푸 하는 법 등 여자 사람들 모두 기본적으로 알고 있을 만한 정보가 남자 사람들에게는 처음 듣는 신선하고 놀라운 정보이다. 내친 김에 염색을 하는 것이 좋을 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 지도 상담하고 머리를 기르기 위해서는 얼마나 자주 방문하여 다듬어야 할 지도 상담한다.
이러하니, 남자의 입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래서 전문가라고 인정받는 디자이너는 先제안을 하는 경우이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미래의 모습을 헤어 디자이너가 먼저 나서서 “고객의 머리는 이런 특성이 있으니 오늘은 이렇게 한 번 해 보자”라고 자신 있게 제안하는 것. 그리고 “아저씨의 머리는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선입관이 없을 것.
그런 멋진 프로페셔널을 만나는 경우는 솔직히 흔하지 않다.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을 제안하고 도전하는 헤어 디자이너를 만났다면 최고의 행운을 만난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내 전속 헤어 디자이너이다. 오늘도 내 전속 헤어 디자이너를 찾아 떠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