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유명한 구절이 등장한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마5:44)” 예수께서 많은 사람을 가르치시면서 말씀하신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유명한 말씀이다. 수많은 가르침 중에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가장 실천하기도 어려운 말씀이다. 원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싫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조차도 예쁘게 보기 어려운데 어떻게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讐)를 사랑하라는 건지. 하지만 그것이 나와 독자들 자신에게 복이 되는 것이라면 억지로라도 도전해보길 권한다.
원수를 친구처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한 가지가 바로 그 사람의 매력을 찾아보는 것이다. 창조주는 공평하셔서 모든 사람에게 매력포인트 한 가지씩은 꼭 선물로 주셨다. 그것을 찾아보라. 우선 쉽게 좋아하는 지인이나 가족부터 시작해볼까?
빈 연습장을 펼쳐두고 좋아하는 친구나 지인의 얼굴을 상상해보라. 살살 녹는 눈웃음이 매력적인 친구, 콧소리가 섞인 애교만점의 목소리가 사랑스러운 친구, 같이 길을 걸을 때면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걷게 되는 편안한 친구, 힘들고 지칠 때 묵묵히 내 푸념을 들어주는 듬직한 친구.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매력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다. 이런 매력들을 연습장에 잘 메모해 두자.
문제는 보기 싫은 사람이다. 자주 마주치는데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 사람,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떠올리면 된다. 이미 독자들의 마음 속에 이 사람은 “싫어하는 사람”으로 각인이 되어 있으니 매력이 순순히 떠오를 리가 없다. 설령 눈꼽 만큼 있는 매력도 없애 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수양을 하는 셈 치고서라도 그의 깨알 같은 매력을 큰 글씨로 적어보라.
혹시 아무리 쥐어 짜고 생각을 곱씹어 보아도 그 사람의 좋은 매력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전환의 발상을 해보라. 도대체 뭐 때문에 그 사람이 그렇게 싫은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는 말마다 밉상으로 말을 하는 사람, 뭐든 부정적이거나 단정적으로 말을 해서 듣는 사람의 사기까지 꺾어 버리는 사람,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사람인 듯 오만 방자의 결정체인 사람 등. 글자로 쓰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절레절레 흔들린다면, 더더욱 매력을 뽑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이유로 그 사람들이 싫어졌다면, 진심으로 이 사람들이 죽기 전에 반대의 매력을 꼭 가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적는 것이다. 이렇게. 예쁜 말만 골라 하는 사람, 긍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 겸손한 사람.
힘든 작업을 마쳤다. 있지도 않은 매력을 써주느라 독자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을 수도 있고, 팔에 소름이 쫙 돋았을 수도 있겠다. 잠시 물 한잔 먹고 진정하라. 이제 한 발자국 더 내디딜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모두 깨끗한 연습장 왼쪽에 가지런히 이름을 적고 그 옆에 조금 전 뽑아낸 매력을 가지고 멋진 이름을 만드는 것이다. 마치 영화 “늑대와 춤을”에 등장하는 “머리에 부는 바람, 주먹 쥐고 일어서, 새 걷어차기”처럼 말이다.
“살살 달달 눈웃음, 세상을 제압하는 콧소리, 니 팔 내 팔 우리 팔, 긍정제조기, 언어의 연금술사, 겸손한 목디스크 제로”
이렇게 매력을 뽑아 뽑아서 만든 재미있는 이름을 휴대폰 연락처에 저장해보라. 특히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을 이렇게 바꿔서 입력하면 이후로 신기한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화벨이 울리고 그 사람의 이름을 보는 순간, 목소리를 듣기도 전에 짜증부터 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지어준 멋진 이름 덕에 그 사람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대하는 나와 독자의 마음이 먼저 준비를 할 것이다. 그 짧은 찰나에 “이 사람이 언젠가는 이 매력을 갖게 될 거야. 오늘보다는 내일 더 좋아질 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한결 부드럽고 침착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사소하지만 이렇게 달라진 우리의 목소리와 대화법이 상대방의 마음과 자세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 우리가 바라던 대로 그 사람은 언젠가 이름처럼 아름다운 매력의 소유자가 될 것이다.
이 이름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나 문자를 쓸 때도 매우 유용하다. 식상한 “to.누구에게” 보다 “to. 살살 달콤 눈웃음에게”, “to. 하나 뿐인 내 반쪽에게” 라고 편지나 문자를 시작해보라. 산뜻한 이 멘트 하나가 보내는 이의 센스를 담고, 받는 이의 미소를 짓게 하는데 크게 공헌을 할 것이다.
간단하지만 명확한 이름 하나로 새로운 이미지가 탄생하고, 나와 독자 그리고 그 상대방 모두 기분 좋은 변화를 경험하게 될 거라 확신한다.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이를 바득바득 갈고 화를 내거나, 감정이 격하여 다트 판이라도 돌리는 거친 우리가 되기 보다 빈 종이의 깨끗함 위에 이미 존재하거나 앞으로 바라는 매력으로 채워서 아름답고 성장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