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Code

낮잠의마력

내 기억에 내가 낮잠을 자게 된 건 6년 전 쯤인 것 같다. 유전적 영향에 타고난 성향 탓도 있겠지만 어렸을 때는 아파도 낮잠을 자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밤에 자는 잠도 깊이 못 자는데 훤한 대낮에 잠을 잔다는 건 이상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날 낮잠은 정말 최적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자동차 소음이 전혀 없었던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 봄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베란다 창문을 살짝 열어 놓으니 기분 좋은 바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햇살은 기분 좋을 만큼 방안으로 들어왔다. 까다롭게 골라 잠도 잘 오고 가볍고 편안한 내 이불이 그날따라 더욱 몸에 착 감겨 행복한 노곤함이 밀려 왔다. 이 기운에 슬며시 잠에 들었다.

 

강력한 마력을 가진 낮잠은 밤잠만큼 좋은 조건을 갖춰두고 드는 것이 효과적이다. 텔레비전이나 음악은 완전히 끄고 조용한 상태를 만든다. 항상 소음과 갖가지 소리에 둘려 쌓여서 피로해질 대로 피로해진 귀도 휴식이 필요하다. 귀가 민감한 사람들은 소리 때문에 귓속이 울리거나 이명 등으로 고생을 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일부러 귀에게 휴식을 선물하다. 그 순간부터 머리는 가벼워질 준비를 하게 된다.

 

한낮에 햇볕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지만, 이럴 때 커튼의 유용함을 십분 활용하라. 밤이 아니기 때문에 살짝 밀려들어오는 햇살과 커튼의 미묘한 실갱이로 포근함과 안정감이 조성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동 공간인 거실보다는 작고 문을 닫을 수 있는 방이 좋고, 적당히 몸을 누이는 소파보다는 긴장을 모두 풀고 팔다리와 머리를 쭉 펼 수 있는 침대가 훨씬 적합하다는 것은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렇게 완전히 무장해제한 듯한 기분으로 두 세 시간 혹은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낮잠에 푹 빠져 보라. 특히 평소에 부지런을 떨며 바쁘게 지내는 사람일수록, 여러가지 요인으로 네 다섯 시간 정도만 밤잠을 자는 사람일수록 가끔씩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낮잠을 청해보라. 독자들의 몸은 언제든 “I’ll be back!”하며 터미네이터처럼 제자리를 찾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몸에서 위험신호를 보내기 전에 미리 자신에게 휴식을 선물하라. 정말 지치지 않는 Machine처럼 일을 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사람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선물이 바로 휴식이지 않을까?

 

게으른 삶이 몸에 배었다면 낮잠의 달콤한 마력을 제대로 깨닫기 어렵지만, 열정적으로 살고 또 그런 삶을 희망하는 독자들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받는 작은 선물처럼 낮잠의 은근한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매력을 또 맛보기 위해 다시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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