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Code

머리를 믿지 말라. 메모로 기억하라

 

공부할 것과 해야 할 일, 벌여놓은 스케줄들이 웬만한 상태까지는 나름 괜찮은 우리 머리가 충분히 기억하고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그래픽 데이터, 각종 동영상, 디자인 소프트웨어 까지 묵직한 데이터들을 처리하기엔 소형 넷북으로는 어림없고, 하드 용량이 두둑하고 스마트한 CPU가 장착된 데스크탑 등이 필요하듯이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질수록 머리를 믿지 말라. 물론 평생 동안 전체 뇌 용량의 2%도 채 못쓰는 존재가 사람이라서 일부러 기억하려고 노력한다면 머리 속에 입력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만한 노력을 들이며 스트레스를 받기엔 우리의 뇌가 너무 안쓰럽다.

 

상황이 숨도 못 쉴 정도로 다급하게 몰아칠 때일수록 혼자 머리 속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내보라. 없어도 만들어야 한다. 초일류기업의 CEO들이 휴가를 이용해 꼭 조용한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 것, 아무리 바빠도 하루 일과의 일부분은 꼭 혼자 있는 시간을 구분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일이 많고 복잡할수록 시간을 내고, 연습장과 펜 하나만 준비하여 자리를 피해보자.

 

요즘처럼 온갖 디지털 기기가 발달하여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넘쳐 나는데 웬 구닥다리 연습장과 펜이냐고 하겠지만, 조금 더 메모에만 집중하기 위한 방법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넷북, 스마트패드 등을 손에 쥐면 나도 모르게 인터넷 검색 한번 해보고, 문자 한번 더 확인하고, 소셜네트워크에서 지인이 글을 하나 남기지 않았을까 확인하게 되고, 메일을 한번이라도 더 보게 된다. 안그래야지 하면서 손과 눈은 이미 게임삼매경에 빠졌을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고,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에 혹사 당하는 눈과 타이핑으로 상했을 손목을 보호하기 위해 아날로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일이 하나도 끝나지 않았는데 계속 또 다른 일이 밀려온다면 어느 순간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진다. 이런 상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위해 정리한다. 처음부터 구분 범위를 생각하지는 말고, 먼저 떠오른 일부터 적는다. 너무 중요해서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일도 있고, 자질구레하지만 안하고 넘어가면 안 되는 일도 있다. 우선은 생각나는 대로 다 적는다.

 

너무 시시콜콜해서 쓸까 말까 잠깐 쓰던 손놀림을 멈칫하게 하는 것까지. 큰 제목만 써놓기엔 단계별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면, 일을 끝낼 시점이나 들여야 할 노력의 정도를 가늠하기 쉽도록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라. 일의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숲에서부터 나무까지 모두 보고 확인해야 하는 일일수록 디테일한 메모가 아주 요긴하게 사용된다.

 

거의 빠짐없이 적었다고 생각이 되면 아무런 범위의 구분 없이 적어놓은 이 메모를 펜을 놓고 멀찍이 한번 쳐다보라. 연습장에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수록 처리해야 할 일들에 허덕이는 자신의 모습을 먼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는 이렇게 무모하게 일을 벌이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면서 우선 저질러 놓은 일들을 우선순위와 중요성에 따라 해결하려는 의지에 시동을 건다.

 

메모의 범위 구분을 위해 가장 먼저 관련이 있거나 선후관계가 존재하는 것들끼리 묶어 본다. 이때 자연스럽게 업무와 개인적인 일상의 일들이 나뉠 것이다. 그러면 근무시간과 점심시간, 퇴근 이후의 시간 또는 주말에 해야 할 일들을 구분하게 되는 셈이다.

 

이때 업무에 관한 메모는 특히 선후관계가 뚜렷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구분한다. 유관부서 등의 협조를 받아 해야 하는 일과 혼자 하는 일로 구분하여 협조가 필요한 것들을 먼저 처리하는 순서로 메모를 나열하면 업무 시간 중 오전과 오후에 할 일들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업무의 선후를 고려하지 않고 일을 하다가 중요한 일을 제때에 끝내지 못하는 실수를 한다면 프로페셔널로 인정 받기 조금 곤란할 것이다. 그래서 업무에 관한 메모는 이렇게 연습장에 마구잡이로 적은 뒤 범주화 작업을 하면서 전용 메모장을 이용해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단, 비싸고 품질 좋은 다이어리에 예쁘고 가지런히 정리하려 애쓸 것이 아니라, 눈에 띄기 쉽게 줄 간격을 넉넉히 하여 정리하면서 중간에 새로 발생한 일들을 끼워 넣고, 완료한 것들은 과감하게 줄을 쫙~ 그으면서 지워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 관련 메모 정리가 끝났다면 일상적인 일에도 눈을 돌려보자. 이런 신변잡기적 성격의 것들은 정리만 잘 하면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여 끝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은행에 다녀오고, 여권을 갱신하러 구청에 다녀오고, 구두를 닦거나 굽을 가는 일 등 간단한 것부터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새로운 취미를 만들거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는 것까지 제대로 하려면 몇 시간씩 소요되는 일들을 구분하여 자투리 시간과 여유시간을 120% 활용해보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일들이 정리되지 않고 머리 속에서 정신없이 뒤섞여 있으면 바쁜 가운데 개인의 삶은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것처럼 느껴져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기가 어렵다. 누구나 백수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너무 바빠서 삶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며 사는 삶도 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을수록 복잡하게 머리로 기억하려 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 손이 쓰고 눈이 기억하고 발로 행동하도록 하라. 오감을 활용하여 메모하고 행동하라.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내 메모에 따라 업무를 마치고 이 글을 쓴다. 집중해서 충실히 하루를 보낸 후 재미있는 글로 오늘을 마무리하기 때문에 또 다가올 내일이 기대된다. 독자들도 함께 이런 기분을 느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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